년말엔 크리스마스 준비에 본당일에 지쳐서 몸살이 났다. 아주 지독하게 몸살이 나 지금 20일째 죽을 맛이다. 지난 주말에 신부님과 회장단 1박2일로 바람을 쐬러
가기로 말들이 오갔다. 할수 없이 몸살이 난 상태로 월요일 아침9시 30분에 신부님 포함 4명이서 내차를 타고 한양을 출발 했다. 찝찝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기왕지사
떠나는 여행 즐겁게 다녀오고저 마음 먹고서 2시간여를 달려서 인제 신남면에 빙어 축제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매서운 칼바람이 조롱이라도하듯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배고품을 참지 못하는 남국현 사도요한 신부님은 헐레벌떡 식당으로 박찼다. 들어서자마자 이모가 따끈한 오뎅국 한 사발을 식탁에 던지듯이 밀어놓고 주문을 재촉했다
우린 처음으로 산 빙어를 물속에서 나무 젖가락으로 머리통을 찝어서 종이컵속 초꼬추장에서 입으로 바로 패스해야만 했다. 빙어 튀김과 야채속에서 발버둥치는 빙어!
맛이 고소했다.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 소양강 빙어 낚시장으로 구경을 갔다. 매서운 칼바람속에서 낚시에 구더기를 밑밥으로 빙어를 건져 올리는데
아주 재밌게 한번에 3~4마리씩 쉴새 없이 어망을 채웠다. 하지만 강추위는 대단했다. 우린 구경하기도 추워서 얼굴들이 새파랗게들 질렸는데, 역시 낚시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난로를 옆에다 놓고 시간과 여유를 만끽 하는것 같았다. 30여분을 구경하다가 우리들의 목적지인 속초를 향해서 달렸다. 대명콘도 55평을 배정받고
바로 설악동으로 출발했다. 지난해에 눈이 얼마나 왔는지 직접보니 가히 짐작이 갔다. 쌓인눈을 보니 약5~60센티는 되는것 같았다. 오랜만에 눈을 보는 우리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온것 같았다. 기왕 온김에 시간도 될것 같아서 등산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산행을 시작했다. 신부님과 둘이서 눈길을
약1시간을 오르다 보니 비룡폭포 였다. 비룡폭포에서 예전에 눈이 엄청많이 왔을때 신부님께서 미끄럼을 타다가 자동차키를 분실해서 아주 혼난 기역이 있었던 일화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념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고 하산 하다가 산장에서 따끈한 매실차를 신부님께서 한잔 사주기에 추위가 녹았다. 해가질 무렵 다시 우린 척산온천에 알몸을 던졌다. 한참 땀을 흘리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대머리가 있는게 아닌가? 형수라는 아주 친한 친구가 이 탕안에서 만날 줄이야! 서로가 반가움에 오랜만에 탕안에서 옛날 어린시절로 돌아가 봤다. 서로 가족들에 대한 안부와 현실에 대한 이야길 나누고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재회를 기약하며 우린 헤어졌다.
등산에 목욕까지 하니 또 신부님께서 허기가 진다고 요란 이시다. 동명항으로 가서 곰치국에다 쐬주한잔 할려고 했는데 워낙 요즘 파도가 높아 어선들이 출조를하지
못해서 곰치국은 꽝! 그래서 예전에 들렀던 경호횟집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갔는데 어떤분께서 아니 남모 신부님 아니십니까?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시는데
신부님 이셨다. 미국 뉴욕에서 해외교포 사목을 하시는 신부님 이었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는데 아니 오늘따라 장날인가 싶더니 의정부교구 신부님들께서
15분이 오셨단다. 한참 동안 시끌벅적하게 인사들을 나누고 우린 복사시미를 맛잇게 즐기고 서비스로 말짱 도루목 찌게에다 복지리 찌게까지 배터지도록 먹고난 다음
숙소로 향했다. 남자들 넷이서 할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고스톱을 12시가 넘도록 즐기다가 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내내 칼바람 스치는소리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어렴풋이 잠들었는데 주방에서 떨그덕 떨그덕 소리에 잠을깨 가보니 허기진 신부님께서 배를 채우려 컵을 닦고 있었다. 잣죽을 얼른 전자렌지에 데워서
드리고 호밀빵과 딸기쨈을 준비해 드렸고 나중에 우동에 과일까지 엄청 드셨다. 어영부영 같이 옆에서 아침을 때우고 약1시간여동안 혼자서 매서운 칼바람이지만
완전무장을 하고 골프장 페어웨이를 몸에 온기가 올라올때까지 운동을 하다가 콘도에 올라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우린 다시 카지노 정선을 향해서 핸들을 돌렸다.
가는 도중에 또 허기진 점심시간이 걸렸다. 강릉에서 임계방향으로 조금가다가 성산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아마 쬐끄만 면소재지 인것같았다.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는데 메뉴판에 공통적으로 있는게 대구머리찜 들이었다. 두세곳 식당을 전전하다가 제일 유명하다는 옛카타리나 식당으로 가서 약20분간 대기 하다가 밥상을 받았다.
이름값을 하는 식당 이었다. 생대구머리 찜 특대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혹 다음에 이근처 지날때 한번은 생각할 정도의 맛집 이었다. 시간을 아끼려 부랴부랴
정선을 향했다. 3시쯤 도착해 현장을 들어가보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평일날 왠 사람들이 대다수가 젊은사람들이 발디딜틈도 없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인가? 반문하면서 난 뒤돌아 나와 주변산책을 약2시간 동안 하고 6시에 합류해서 한양길로 핸들을 돌렸다. 저녁은 간단히 설렁탕으로 허기를 채우고 본당에 도착하니
9시반 이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와 글을 남긴다. (제일 밑 사진은 "식객" 드라마 촬영을 한 카지노 옆 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