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 열풍도 분명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황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결국 제정신을 찾게 되었다. 열풍이 서서히 번져 가고, 열광의 대상이 실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한참이 지나서야 이성을 되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너무 뒤늦게 정신을 차려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달팽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무엇이 다가오는지 감지하고자 촉수를 내밀 수 있는 한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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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중에서 (추수밭(청림출판)) |
어린 시절 집앞 잔디밭에서 달팽이를 보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도 1970년대에는 달팽이나 메뚜기가 많았지요.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어른이 된 뒤로 잔디밭을 유심히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 그 뒤로는 달팽이를 만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달팽이는 촉수를 내밀어 앞에 무엇이 있는지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촉수를 통해 자신에게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아차리지요. 계속 앞으로 나아갈지 피해서 돌아갈지 아니면 몸을 숨길지 선택합니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뇌를 사용해 달팽이를 비롯한 어떤 동물도 상상하지 못할 일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성을 잃고 열광했다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달팽이를 본받아 안팎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누가 어떤 의도로 우리를 무언가에 열광하게 하는지, 남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우리가 남들의 특정한 사고를 얼마나 경솔하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촉수를 내밀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감지하는 달팽이. 어린 시절 보았던 달팽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항상 '촉수'를 세우고 주변 상황과 미래를 읽으려 노력하며 생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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